『고발』 출간에 관여한 이구용씨(왼쪽)와 도희윤씨 .

북한에 있는 저항 작가로 알려진 반디(필명)의 소설집 『고발』이 본격적으로 남한 독자들을 만난다.

2014년 소설책을 첫 출판한 조갑제닷컴에서 다산북스로 출판사가 바뀌어 재출간됐다. 이와 함께 한강의 『채식주의자』 번역으로 유명해진 영국인 번역자 데버러 스미스가 번역해 영국PEN 번역상을 받은 『반디』의 영어판이 다음달 2일 영국, 7일 미국에서 잇따라 출간된다. 소설책의 해외 수출을 맡은 KL매니지먼트 이구용 대표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2014년 프랑스에 처음 판권을 판 이래 지금까지 19개 언어 20개국에 소설을 수출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일본·포르투갈에서는 이미 번역·출판됐다. 북한 내부에서 체제를 비판한 첫 소설이 국내, 국제적으로 광범위한 독자를 만나는 상황이다.

소설집에 실린 7편의 단편소설은 1989년부터 1995년까지 집필 날짜가 적혀 있다. ‘적대군중’이라는 남편의 저주받은 출신성분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뱃속의 아이를 지우는 여성의 이야기가 나오는 ‘탈출기’ 등 강도 높은 체제 비판 내용을 담고 있어, 어떻게 원고가 국경을 넘었는지 반디가 실존인물인지 여전히 명백하지 않은 상황이다.

반디로부터 출판권을 위임받았다고 밝힌 탈북자 지원단체 ‘행복한통일로’의 도희윤 대표는 “반디가 관광객들의 접근이 용이한 지역에 살고 있다.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우리끼리만 알고 있는 표식을 통해 현재 안전하게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오늘 공개하는 작가 관련 정보가 모두 사실이라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전제한 다음 “이미 많은 작품을 발표한 분, 본명을 밝히면 금방 정체가 드러나는 분”이라고 했다. 북한을 탈출한 친척 등을 통해 전반적인 신상을 알고 있지만 최소한만 공개하는 것이고, 그마저 100% 믿지는 말라는 얘기다. 육필 원고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 원본의 지명과 사람 이름을 바꾼 이유도 작가 안전을 고려해서다. 또 작가가 라디오를 듣는 게 유일한 낙이어서 도 대표가 중파 주파수를 사용하는 KBS 한민족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방송하는 방법으로 『고발』 출간 관련 정보를 작가에게 전한다고 밝혔다. 반디의 시집도 곧 출간 된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