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하태경이라는 정치인이 운동권 출신으로 포장된 자신의 모습이 최근 들어 변한 거 같다는 세간의 이야기에, 자신이 변한 게 아니라 북한 김정은이 변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거라고 말했단다. 깊이 읽고 싶지도 않아 그냥 기사 제목만 보고 넘어갔지만 참으로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그냥 권력을 쫒아 어쩔 수없이 비겁해졌다거나 원래 자기 생각을 위장하고 있었노라고 솔직히 고백하면 될 것이지, 거기다 김정은을 갖다 붙이다니 3류 코미디가 이보다 더 저질스러울까.

결론부터 살펴보자. 지금 김정은이 변했는가. 변했다면 뭐가 변했는가?

북한사회 구조상 최고 지도자가 변하면 그것이 전당적(全黨的)으로 당 강령, 당 정책적 내용의 변화가 뒤이어 나타나야 하는데 어디에 그런 게 일어났는가.

정상회담인지 남북연석회의인지 모를 수상한 만남을 3번 하고, 남의 나라 비행기를 빌려 타고 싱가포르까지 날아가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고 악마가 천사가 되었다고 믿는 것은 정신병자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다. 이번 회의 또한 핵심이었던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진전 없이, 해묵은 영변카드로 현혹해서 대한민국 무장해제 받아내고, 세계 굴지의 한국 기업인들을 줄 세워 폼 잡으며, 옥류관 냉면 자랑만 늘어놓은 거 외에 도대체 뭐가 있었는가.

70년 전의 김일성과 2018년의 김정은, 그리고 북한노동당은 한 치도 변한 게 없다.

김정은이 변했다는 것은, 백두혈통만 즐기는 해외 나들이를 북한노예주민들에게도 개방했을 때다. 여행이 아니더라도 자기돈 내고 해외에 나가 돈이라도 벌수 있게끔 국경을 개방했을 때나, 꽃다운 처녀들이 인신매매 당하지 않도록 국경통행의 자유가 보장되었을 때 변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김정은이 변했다는 것은, 시간제한으로 묶어둔 북한 내 장마당을 자유롭게 허용했을 때다. 하루 두세 시간만 허용하는 장마당이 지구상에 북한 외에 어디 있는가.

24시 편의점이 일상화된 지구촌은 북한에서의 이런 뉴스를 기다린다.

김정은이 변했다는 것은, 일천만 이산가족의 자유왕래를 보장하고, 6.25전쟁 시기 전시납북자. 국군포로분들이 하루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을 때다.

평생을 헤어진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고향땅만 바라보며 죽지못해 살아온 일천만 이산가족과, 뱃속의 아이를 두고 인민군의 총부리에 끌려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넘었을 납북자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생사여부와 함께 혹여나 북한 땅에 남겨뒀을 가족의 소식이라도 듣게 하는 것이 변했다는 인간의 도리 아니겠는가.

김정은이 변했다는 것은, 북한의 솔제니친 반디선생과 같은 문학 작가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자신의 창의적 능력을 기반으로 체제비판도 스스럼없이 행할 수 있을 때다. 북한에서의 문학이라는 것은 온통 김씨 왕조를 찬양하는 것 외에 존재할 수 없다고 세뇌당한 문학인들이, 억눌린 스스로의 작가정신을 되찾아 문학작품으로 세상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그런 표현, 창작의 자유가 주어진다면 비로소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다.

김정은이 변했다는 것은,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인권유린의 대명사 정치범수용소의 수감자들이 석방되었을 때다. 북한 지도에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암흑의 땅에서 수십만의 정치범들이 소리 없이 죽어가는 반인륜적 비극이 멈췄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변화의 신뢰를 보여주기에 더할 나위없는 귀중한 증거가 될 것이다.

그 이전에 김정은이 변했느니 진화를 하고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미친개 짓는 소리를 넘어 우리의 자유 투쟁 의식을 교묘히 무장해제 시키려는 악마들의 술책이자, 하태경류의 기회주의 인간들이나 하는 헛소리에 다름 아님을 깊이 명심하자.

출처 http://www.lkp.news/news/article.html?no=5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