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의 죽음과 서랍속의 북한인권법
<기고>300만의 북주민을 아사시킨 김정일을 정의의 심판대에 세워야
도희윤 반인도범죄조사위 대표 (2011.05.11 11:56:06)
벌써 10년이 지난 역사적 사건이 다시 한 번 세상 밖으로 나왔다. 바로 ‘911테러사건’ 이다. 2001년 9월 11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20분 사이에 일어난 항공기 납치 동시 다발 자살테러로 인해 미국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고,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펜타곤)가 공격을 받은 대참극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90여 개국 2800∼3500여 명의 무고한 사람이 생명을 잃었다. 동시에 미국의 위상과 자존심이 심각하게 훼손된 사건으로,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를 이끄는 오사마 빈 라덴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지난 엊그제(5월 2일) 미군 특수부대가 9·11 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했다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식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의의 승리라고 기뻐하는 등 미국 국민과 언론들은 연일 환호의 분위기다.
미국의 이번 작전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지난 부시행정부에서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이, 정권이 바뀐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정권의 변화와 상관없이 미국이라는 국가정신 아래 주적개념(主敵槪念)이 흔들림없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또 한가지는 이같은 주적개념에 대한 미국민의 이해와 행동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자국민 보호와 국가이익에 있어서 그 가치를 훼손하는 세력은,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그들만의 공동체의식에 진심어린 경의를 표해 본다.
전 세계를 경악시킨 테러에 대항하고 있는 미국에 견주어, 우리 한반도에도 이에 준하는 참사는 끊이지 않고 발생되어왔다. 최근의 사건으로는 2010년 천안함 폭침이라는 반민족적 테러가 일어났다. 이 때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추모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대략 3가지 이유를 들며 북한을 ‘한국판 911테러‘ 주범으로 지목했다.
첫째, 북한은 6.25 남침 이래 아웅산 폭탄테러, 대한항공 폭파사건 등 끊임없이 무력도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있는 ‘테러주범’으로 규정하고, 둘째 천안함 폭침으로 유엔헌장을 위반하고 정전협정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위반하며 한반도의 안정을 깨뜨린 ‘전쟁범죄자’이며, 셋째 도대체 이 모든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 같은 민족으로서 세계 앞에 서기가 부끄럽다며 반인륜적 테러행위를 규탄하였다.
오사마 빈 라덴과 김정일 부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조지 부시·버락 오바마 전 현직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모두 똑 같다. 다른 것이 있다면 한 쪽은 10년 가까이 긴 추적 끝에 결국 단죄하고 정의를 실현시켰다는 것이다. 우리 또한 전쟁범죄의 혐의로 김정일, 정은 부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고발하였고 예비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게 사실이다.
북한자유주간을 성공적으로 치른 미국의 수전 솔티 여사는 “노예로 살고 있는 2400만명 북한 주민들의 생사가 걸려 있는 문제에 한국 정당들이 뜻을 모으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폐기 직전인 북한인권법은 지금 김정일 부자 밑에서 신음하는 북한 동포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선물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는 정치범수용소에서 쓰러져간 억울한 죽음과 북한주민들을 300만이나 굶어죽게 만든 원흉 김정일 부자를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는 일은 분명 시대정신이다.
그날이 오면 다음과 같은 죄명으로 억울하고 비참하게 죽어간 북한주민의 원혼을 달래주리라. ‘첫째 주민들의 생존권에 대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침해로 인한 살인죄, 둘째 정치범수용소를 통한 지속적이고 비인도적인 정치탄압에 의한 살인교사죄, 셋째 국군포로, 납북자, 탈북자, 반체제인사 등의 공개 처형에 대한 살인죄 및 기만적인 군사테러로 무고한 장병과 민간인을 살상한 전쟁범죄자로 김정일-정은 부자를 기소한다.’
아직도 북한 인권에 대해 눈을 감고 북한인권법 제정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그 때가 되면 또 어떤 구차한 변명으로 찢기고 멍든 북한 주민의 가슴에 염장을 칠까.
미제국주의에 사살당했다고 빈 라덴을 추앙하는 테러추종세력과, 정의의 심판대에 선 김정일 부자를 결사옹호할 종북주의 세력들은, 암울한 역사가 낳은 일란성 쌍둥이임이 분명하다.
글/도희윤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 대표·을지대학교 겸임교수· 기사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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