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10월 10일 제6차 북한 노동당대회 이후 36년 만에 지난 5월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조선노동당 7차 당대회가 개최됐다. 지구 역사상 가장 폐쇄된 국가에서 열리는 대형행사에 국제사회의 눈과 귀가 쏠렸지만, 정작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던 집안잔치로 치뤄졌다.
 
김정일을 공식적인 후계자로 세계만방에 알리려던 목적으로 개최됐던 제6차 당대회 이후, 권좌에 오른 김정일은 생전 단 한 번의 당대회를 치룬 바가 없었다.
 
당대회라 함은, 그야말로 북한의 유일지도정당인 노동당의 사업과 노선에 관한 기본 문제 결정 등의 권한을 가진 최고결정기구이다. 노동당 규약에 따르면 노동당 대회는 당의 사업을 결정하고, 당의 강령 및 규약 제정, 당의 노선과 정책·전략·전술 등의 결정, 당 최고수위 추대 등을 진행한다. 노동당 규약상으로는 당대회를 4, 5년에 한 번 열도록 돼 있지만 1946년 8월, 1차 대회 이후부터 이번 2016년 5월 7차 노동당대회까지 고작 일곱 차례 개최된 것이 전부다.
 
당시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일의 생각은 그랬을 거 같다. 우선 노동당은 자신이 후계자로 된 마당에 더 이상의 형식적인 틀에 갇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며, 다시 말해 모든 것이 당 중앙인 자신의 뜻대로 쥐락펴락하면 되는 것이고, 다만 1980년 이후 불어 닥친 전 세계 사회주의권의 붕괴현상에 맞서 선군통치(先軍統治)라는 군사파쇼정권으로 세습독재체제를 공고히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 참혹했다.
 
김정일의 선군통치로 수백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하면서 회복불능으로 망가진 북한사회를 바라보며 북한내부의 저항세력들은 이렇게 평가한다. 배급이라는 제도를 통해 주민들을 통제하던 북한이 이렇게까지 망가진 것은, 김정일의 지시로 시작된 선군통치로 말미암아 세습독재정권 유지에 종사하는 군대에 수매량정성을 거치지 않고 식량을 징수해 갈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수매량정성이 주민들에게 배급해줄 식량을 수매할 분량이 없게 만들었으며, 이것은 식량배급을 받지 못한 주민들의 식량 소유를 불법으로 만들었고, 급기야 수백만명의 주민들이 굶어죽는 인권유린과 대아사의 환경을 마련한 비극의 시작이었다고 말이다.
 
이 같은 비극의 시작은 결국 그 끝이 있기 마련인데, 김정일의 뒤를 이은 김정은은 자신의 친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면서까지 노동당 내 장성택 그룹을 분파로 간주해 정리함과 동시에, 36년 만의 당 대회를 통해 자신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림으로써 노동당을 북한의 모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에 두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하겠다. 또한 자신이 공식적인 당 위원장이라는 직함을 통해 아버지인 김정일과는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그래도 북한주민들에게 아직도 신뢰의 존재로 각인돼 있는 할아버지 김일성 따라하기를 통해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려 보겠다는 발버둥을 쳐댄 것이 바로 7차 당대회였다고 필자는 평가한다.
 
당 대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10만명의 청년들을 앞세워 청년전위라는 글귀를 들고 횃불행진을 펼치게 한 것은, 결국 100만의 주민들이 모인 동원집회보다 청년들의 10만 행사가 더욱 중요함을 보여준 것이라 여겨지며, 자신의 지지기반이라 여겨지는 청년들이 세습독재의 영원한 존속을 위해 총폭탄으로 결사옹위 해달라는 메시지에 다름 아닐 것이다. 과연 김정은의 청년전위들은 그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민족의 선각자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일찍이 이렇게 설파하셨다. ‘낙망(落望)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습니다.’ 도산선생께서 언급한 청년이라 함은 낙망하지 않는 희망과 열정의 2천만 국민들이 모두 청년이요, 2천만 국민들이 희망한다면 민족은 독립할 것이요, 하지만 낙망한다면 영원히 일제의 식민으로 살 것이라는 피 끓는 절규이자 2천만 국민들에게 드리는 메시지였다.
 
평양의 대동강 하류인 도롱섬에서 태어나신 도산 안창호 선생의 후예들인 북한의 청년전위들은 이제 그분의 메시지에 무엇이라 응답하고 떨쳐 일어서야 하겠는가. 북한의 청년전위들은 거짓과 어둠, 과거의 무대에서 내려와 진실과 여명, 미래의 선도자가 돼야 한다.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세습독재정권과 함께 실패와 몰락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대한민국과 함께 승리와 희망의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를 결심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나 걱정인 것은 지금 대한민국에 과연 북한의 청년전위들과 함께 통일한반도의 미래청사진을 그려갈 남한 청년전위들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청년전위의 중요성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분위기다. 헬조선이니 흙수저니 하는 자신의 존재감마저 비하하는 암울한 분위기속에서도,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희망적일 수 있는 청년들의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의 주인공들이 스스로 깨어나고 있다는 소식에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린다. 민주평통 청년위원회, 여대생 통일연구학회, 통일의 별 등등 대한민국의 통일청년전위가 되고자 팔 걷고 일떠서는 아름다운 청년들의 여정을 함께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