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 아련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중국의 한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이 탈출에 성공하여 한국에 입국한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단 한 명의 종업원도 구출하기 힘든 환경에서 그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탈출한다는 것은,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기억으로 탈출한 여종업원을 잠시 숨겨두었던 외진 시골지역까지 추격조가 따라붙었다는 소식에 눈앞이 캄캄해지는 경험은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런 살벌한 북한식당 종업원이 집단으로 탈출한 것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특별한 사건임에 틀림없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하는 것은 언론을 통해 외부세계에 이를 공개하는 것이 합당했는지의 문제이다. 앞서 필자가 경험한 또 다른 식당종업원의 구출사실은 지금까지도 비공개로 남아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당사자인 종업원의 의사가 그랬고,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의 안전을 염려했으며, 구출한 단체의 입장에서도 앞의 두 가지 요인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정보공개의 측면에는 여러 가지 의도가 개입될 수 있다. 어느 한쪽이 절대적 잘못이라고 폄훼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번 사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사태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처리할 것인지가 남아있다.  

현재 북한은 남아있는 가족들을 앞세워 공개 기자회견은 물론, 동료 식당종업원들까지 내세워 남조선 당국의 납치만행이라고 유튜브를 도배하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현실적으로 적국인 북한의 입장에서 한국 내 변호사 단체가 북한 가족의 대변자로까지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여기에 20대 국회가 본격적인 대여공세에 나설 계획이어서 한동안 이 사건으로 우리 국민들이 참으로 피곤해질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가. 일각에서는 납치라고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에 맞서 비록 조사 중이지만 식당종업원을 내세워 정면 반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조사 중에 탈출당시의 생각이 바뀌어 북한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원상회복차원에서 다시 중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나름대로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조사 중인 탈북자를 언론에 내세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조사가 끝난 후 만에 하나라도 돌아가길 원하는 사람을 돌려보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판단된다. 

물론 기우일 수 있지만 13명 전원의 이야기가 처음과 끝이 같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예견된다. 사람이라는 동물이 그렇다. 특히나 부모형제와 관련된 사안을 눈앞에서 확인하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굳게 결심하여 결행한 행동이라고 해도 심경의 변화라는 것이 생기게 마련이다. 목숨을 걸고 탈출하여 정착한 대한민국을 버리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탈북자들이 생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대한민국은 자유국가이고 개인의 자유가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과잉 민주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조사과정이 마무리되어 대한민국이라는 자유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그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모든 권리가 시작되는 그날에 맞추어 주민등록증과 여권을 발급해주기를 요구한다. 주민등록증을 버려도 좋고 여권을 찢어도 좋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김정은 원수님 만세를 외쳐도 무죄가 되는 참으로 기가 막힌 대한민국이 아닌가. 

그들 중 일부라도 자기 손에 주어진 여권을 들고 무비자 여행국을 자기 돈으로 출국하여 북한대사관으로 들어가든 중국대사관으로 들어가든 그들의 자유다.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까지 자기 자신이 온전히 지게 되는 진정한 자유국가의 주인으로서의 자신을 누리게 만들어야 한다. 그 땅이 지옥이면서도 지옥인 줄 모르고 사는 북한주민들에게 자유라는 것이 이런 것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증언해줄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