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

북·중 국경지역인 단동의 밤 날씨는 제법 쌀쌀했다. 여의도 면적의 5배에 달한다는 황금평은 총을 둘러 맨 국경경비대만 보이는 을씨년스런 분위기다. 덩그러니 인천대교를 연상케 하는 텅 빈 대교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이 김정은의 고모부였던 장성택의 죽음마냥 적막함 그 자체였다.
8년여 만에 찾은 국경지역이었기에 조금은 생소하면서도 숙소로 올라가기 전 호텔 로비 앞에서 마주친 북한 당 간부로 보이던 한 무리의 모습들이 떠올라 더욱 써늘해진 느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북한 신의주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호텔 10층에서 한쪽은 우리일행들이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한쪽은 북한 당 간부들이 차지한 희한한 풍경 속에서 아침식사를 마쳤다. 당간부중 한명이 뚫어져라 쳐다보는 가운데 말없이 압록강 너머 신의주를 한동안 보면서 그렇게 그들과의 만남 아닌 이별로 중국 땅을 떠나 귀국했다.

국제사회의 제재국면 속에서 마주친 북한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눈에 많이 띄었다. 엄중한 제재대상국의 국민이라는 생각은커녕, 중국과의 보다 긴밀한 관계를 자랑이라도 하듯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북한이 대중국 외교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이번 기회에 지금까지는 다루기 힘든 야생마와 같았던 북한을 제대로 요리해보자는 심산의 속내를 가진 중국의 행동거지’를 확인했다고나 할까. 아무튼 이번 중국여행은 앞으로의 활동에 많은 시사점을 주는 시간임에 분명하다.
한국에 귀국한 후 지금은 귀가 따갑도록 최순실이니 미르 등을 듣고 있노라니 정신마저 혼미해지는 느낌이다. 금방이라도 나라가 폭발할 것만 같은데, 바보상자를 벗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은 어김없이 돌아가고 있다. 조금 전 만났던 일본신문사 기자의 이야기처럼 정말이지 ‘한국이라는 나라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모르다가도 아 이런 나라구나’ 한다는 것이 가슴에 절로 와 닿는다.

이제 일본은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한 보수정권인 자민당 장기집권의 길로 접어들고 있고 그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한다. 중국은 진시황제를 연상케 하는 시진핑 1인 체제를 구축하며 대륙을 질주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에서 무너진 자존심 회복을 위해 아시아로 눈을 돌려 패권의 러시아를 고대하고 있다.
정치군사적 동맹으로는 가장 가깝지만 저 멀리 태평양 너머 미국은 팍스아메리카의 지속을 위해 막바지 선거전을 치루고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은 홀로 떨어진 외딴 섬처럼 한치 앞도 모를 파국의 길로 접어든 듯하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위기에서 헤쳐 나오기가 어려워보이던 북한의 김정은이 여유롭게 웃고 있을 모습이 떠올라 참으로 우울해진다. 이제 조금만 잘 버티면 세습독재의 몰락은커녕 미국과 겨룰 핵폭탄의 완벽한 무기화와 위대한 김씨 왕조가 꿈꾸던 한반도 통일의 꿈이 현실로 다가올지 모른다는 착각(?)의 실소로 보여서 여간 속상한 게 아니다.

국가의 운명을 건 안보에 대한 개념은 점점 무뎌져가고, 권력중심의 측근비리에는 대통령 하야까지 언급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치권을 보노라면 김정은의 꿈이 마냥 일장춘몽(一場春夢)만이 아닐지 모르겠다. 세습독재정권에 인질로 잡혀있는 북한주민의 인권과 생명을 구원하려는 국제사회의 선행에 인질의 주범들에게로 어떻게 행동할지를 물어봄으로써 대한민국 국격을 실추시켰던 세력들은 반성이나 성찰이라는 단어는 버린 지 오래이다. 오로지 선전선동에 의한 집권의 기회만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으니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것이 지금의 김정은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천벌은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고 존재한다.

그것이 백성들에 의해 집행될 수도 있고 외부의 개입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한민국 역사에는 제대로 된 천벌이 없었다. 이제 그날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