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IPT type=text/javascript> 간간이 비가 흩뿌리는 서울역 광장. 의연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은 북한 인권 관련 단체 대표들의 머리카락이 바리캉에 의해 밀렸다. 우수수 덜어지는 머리카락을 바라보는 탈북자들과 북한 인권 관련 단체 회원들의 표정도 침통해졌다. 몇몇 여성회원들은 눈가를 훔치거나 끝내 고개를 떨궜다. 머리카락이 잘려 나갈수록 눈물도 똑똑 떨어졌다.

그러나 서울역을 오가는 시민들은 잠시의 흥미를 보이다가 이내 발길을 돌렸다. 북한 인권에 무관심한 상황에 항거라도 하듯 차례로 삭발을 하는 탈북자와 북한 인권 단체 대표들의 얼굴은 결연했다.

북한인권법 통과를 촉구하는 삭발식이 26일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됐다. 이날 삭발식이 끝난 뒤 500여명의 참가자들은 ‘북한주민 살리는 북한인권법 제정하라’ ‘북한주민 다 죽이는 북한정치범수용소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전쟁기념관까지 행진하면서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북한인권법은 탈북자 및 북한 인권 단체들의 숙원이었다. 이미 6년째 계류된 채 논의될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공공연히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4월 회기 중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며 한 발 물러섰고, 야당인 민주당은 ‘남북관계 경색’ 등을 들어 여전히 반대입장을 고수 중이다.

관련 단체들이 4월 회기 중 통과를 요구한 까닭은 올 상반기를 넘길 경우, 민생법안 등에 밀려 18대 국회의 임기가 끝남과 동시에 북한인권법도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때문이었다. 지난 연말 예산안 강행처리 과정에서 북한인권법이 직권상정 법안에서 빠지는 등 번번히 우선순위에서 밀린데다, 한-EU FTA 등 여야가 ‘협상’해야 할 현안이 남은 지금으로선 북한인권법의 연내 통과를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적지 않다.

이날 탈북자를 포함한 북한 인권 단체 대표들이 삭발식을 감행한 것은 북한인권법에 대한 이들의 결의와 정치권을 향한 비판을 보여주기 위한 것.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 북한인권법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지역구 사무실을 항의방문한 데 이어 1인 릴레이 단식, 북한 인권 사진전 등을 진행해 온 이들은 ‘북한인권법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의지라도 보여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삭발식에는 안찬일 세계북한인총연맹 총재,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총장, 김규호 목사, 정베드로 목사, 서경석 목사, 서연희 북한정의연대 회원 등 총 6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통일의 주체가 되겠다는 대한민국에서 미국과 일본도 제정한 북한인권법이 없다는 건 모순된다’며 ‘삭발’을 단행하면서까지 북한인권법 통과를 호소해야 하는 현실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또 노벨평화상을 배출한 인권선진국에서 북한 김정일 정권에 압박을 가해 실질적인 인권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북한인권법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며 ‘남북 모두가 평등하게 인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호소하기도 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인총연맹 총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김정일 정권에 의해 북한 전역에서 죽어가고 고통받는 주민들이 있다”며 “우리의 누이와 아이들이 굶주림에 지쳐 팔려가는 현실을 언제까지 외면해야 하느냐. 얼마나 죽어야 법안을 통과시킬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유일하게 여성으로 삭발식에 참여한 서연희씨는 “북한에서 신음하고 있을 여성들과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 자리에 왔다. 그들도 사람답게 사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한다”고 울먹거렸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북한인권법 제정 및 정치범수용소 해체는 시대적 요구”라며 “굶어죽는 북한 주민들을 더 이상 외면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온나라를 철창없는 감옥으로 만들고, 김정일 정권을 위한 폭압기구의 종사자들만 제외한, 나머지 주민들을 현대판 노예로 전락시킨 반인륜적 범죄 행위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면서 “북한에서 자행되는 모든 악의 근원은 바로 김정일 정권인 만큼, 북한 주민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될 수 있도록 북한인권법을 즉각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인권법 제정과 북한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촉구하는 ´2011 북한자유주간 서울대회 국민 대집회´가 26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한편,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격려사를 통해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비참함의 원인이 미국도 남한도 아닌 바로 김정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는 역사적 시점에 와 있다”며 “북한 인권은 정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가장 잔인한 정권 아래 핍박받는 2300만의 목숨이 사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나라 아이들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태어나고, 어느 나라 여성들이 (굶주림을 못이겨) 인신매매로 팔려가느냐”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인권법이 계류된 것은 수치”라고 비판했다.

김현욱 국제외교안보포럼 이사장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거론하며 “북한의 대남 정치공세에 협조하고 남남갈등을 유발할 때만 북한에 날아갔다”고 비판했다. [데일리안 = 변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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