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들이 포로가 되고 싶어 포로가 되고 북한에서 죽자고 해서 죽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국가의 부름을 받고 피흘려 20대 청춘을 바쳐 싸우다 포로가 됐습니다. 생환한 국군포로들에게는 응분의 보상과 명예를 회복시켜 줬지만 끝까지 저항하며 고국을 그리워하다 끝내 눈도 감지 못하고 돌아가신 우리 부모님들의 명예와 보상은 실종자로 영원히 남게 되는 것인가요.”

속울음조차 집어 삼켜야했다. 내가 바로 자랑스러운 국군포로의 자녀라고 외칠 수도 없었다. 조국은 그들에게 냉정한 뒷모습만 보일 뿐이다.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사)6·25국군포로가족회, (사)행복한통일로 주최 ‘재북(在北) 한국인의 인권과 미래-국군포로 가족들의 삶과 눈물’이라는 주제로 북한 인권 증진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 선 손명화 6·25국군포로가족회 사무국장은 국군포로였던 아버지들이 북한에서 겪었던 짐승같은 비참한 삶과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목격했던 그 유가족들의 삶을 풀어놓는 자리에서 애써 참았던 감정을 폭발했다.

손 사무국장은 본인이 국군포로 2세이자 북한정권에 의해 불법 마약 제조와 유통 사업에 이용당해 국가 보위부 구치소에 수감됐었다.

그는 “천장에 머리가 닿아 일어설 수 없는 독방에서 전기고문 물고문 구타로 이어지는 고통을 한달 동안 당해야 했다”며 “너무나 고통스러워 바지에 오줌을 싸고 비명을 지를수록 더움 심한 폭행이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또한 그는 “배설물로 찌든 옷 속으로 이가 생겨나 들끓었으며 우수수 땅에 떨어질 정도였다”며 “국군포로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이 죄라면 죄일 뿐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한 것밖에 없으나 결국 죄인 취급을 당하며 억울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가까스로 감정을 추스른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물질적인 보상보다 더 크고 빛나는 국군포로의 명예 그리고 그분들이 끝까지 북한체제에 저항하며 조국의 귀환을 꿈꾸었던 나라사랑과 통일의 염원이 계승되는 것”이라며 “정신적인 보상이 선행되는 조처를 시행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가녀린 외침만 남겼다.

(사)물망초 이사장이자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인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 역시 토론자리에서 “북한에서는 빨치산 운동했던 사람들이 영웅대접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군포로가 이 땅의 보물이라 묻어두나? 군사 기밀이라서 안 알려주나? 거주현황과 연락처가 노출되면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알려주지도 않는다”고 국군포로와 탈북한 그 유가족들에 대한 정부의 처사에 분노했다.

박 전 의원은 “그 분들의 안의가 걱정된다면 나라가 요양원을 만들면 되지 않는가”라고 비판한 뒤, 국군포로 유가족들을 향해 “여러분의 아픔을 드러내야 한다. 한과 고통과 눈물을 가슴에 담아둬선 (국군포로와 유가족에 대한 인권개선)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여러분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적극적인 자세로 국군포로에 대해 대한민국에 알리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화선이 돼줄 것을 부탁했다.

국군포로 약 5백여명 정도 북한 생존 추정, 억류지 사망 국군포로 법적지위 ‘요구’

통일부에서 발간한 2012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의 규모는 한국전쟁 중 실종된 것으로 신고된 행방불명자 4만1971명, 이중 전사자를 제외하고 1만9409명으로 추정된다. 최종 송환된 국군포로는 8343명에 불과하며 다수의 실종자는 북한에 억류됐을 것으로 파악되는 실정이다.

2012년 6월말 현재 귀환 국군포로와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약 500여명 정도가 북한에 생존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북한에서 탈출해 대한민국으로 귀환한 국군포로는 1994년 조창호 소위를 시작으로 본인 80여명, 가족은 210여명에 이른다.

국군포로 및 가족들의 현황이 이러함에도 국내에서 그들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지난 1999년 정부는 ‘국군포로의 송환 및 대우 등에 관한법률(이하 국군포로법)’을 제정했으나 선언적 의미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한국으로 귀환한 국군포로 2세 가족은 신분상 일반 탈북자와 분명 다름에도 그 대우 및 지원이 일반 탈북자에 비해 형평성을 갖추지 못했다. 일반 탈북민과 비교해 정착지원금, 주거지원, 의료지원, 교육지원, 취업지원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동일하고 다만 피해보상금 명목으로 한 가족 당 4750만원(5인 가족기준 일인당 950만원)을 추가로 받을 뿐이다. 이는 참전 유공자의 지위조차도 없이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국군포로와 그 가족들은 북한 내에서 최하층 계급, 이른바 적대계층으로 분류돼 교육, 직업 삶에서 일반 북한주민에 비해 심각한 차별을 받고 북한 국가보위부의 감시 속에서 하루 하루를 연명했던 이들이다.

이와 관련, 이화여대 대학원 북한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국군포로 2세 허금이씨는 ‘국군포로 유자녀의 삶과 법률적인 지원방안’ 발제에서 “국방부가 ‘국군포로법’을 해석함에 억류지 사망(한국전쟁 등을 통해 북한에 억류돼 북한에서 살다가 사망) 국군포로의 실제 법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생존여부에 관계없이 국군포로였던 자는 ‘송환 및 대우’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게 합리적 법해석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즉 국군포로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주무부처인 국방부가 국군포로법에 규정된 목적을 간과한 채 법해석에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미귀환 국군포로의 송환에 대한 규정, 북한에서 사망한 국군포로의 유해 송환과 대우에 대한 규정을 입법화하지 못하는 입법부 작위상태에 놓여 있어 불안정한 지위의 법 상태로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허씨는 “정부는 귀환한 포로이건 억류지에서 사망한 포로이건 같은 법률을 적용해 같은 대우를 해야 한다”며 “미귀환포록 가족들에 대해서는 국군포로 당사자에게도 보수청구권을 인정해 그 가족들에게 상속되도록 하는 법을 하루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성호 충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국방부는 (국군포로법이)억류지에서 사망해 유해로 환국한 국군포로나 억류지에서 사망해 억류지에 남아 있는 국군포로에게 보상하기 위한 법률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나라를 위해 포로가 된 우리 국군에 대한 예우는 아니다”라며 “이 부분에 대해 증언이나 증인 등 온갖 노력을 통해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보상해주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의 도리”라고 밝혔다.

아울러 유해송환 및 개별 송환된 유해에 대해서도 일관된 법을 수립해 유가족 및 관련 단체의 지속적인 민원에 의존해 국립묘지나 호국원에 안치하는 등의 비일관적인 시행은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데일리안 = 동성혜 / 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