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11-0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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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진보와 보수를 넘어]2부 (1) 왜 새로운 접근법인가[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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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이념에 갇힌 북한 인권, 보편적 가치로 받아들여 남남갈등 탈피를
남한에서 북한 인권은 무엇인가. 왜 새로운 접근법인가^|^20121030220741^|^뉴스 >기획>기획일반^|^) 
2008년이었다. 박병수씨(41)는 아픈 아내를 구하려고 북한을 탈출했다가 결국 가족과 생이별하는 남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크로싱>을 봤다. 북한의 인권 유린이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임을 느꼈다. 이후 그는 자연스럽게 북한 인권 개선을 내건 시위, 전시에 눈길이 갔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 씁쓸함을 느꼈다. 북한 인권을 내건 단체들이 남한 내 인권문제는 하나도 다루지 않는 데다 한국전쟁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가 북한을 비난하는 모습을 자주 봤기 때문이다. “좌와 우를 갈라서 자신의 입맛에 맞게 인권문제를 제기했고 인권이 목적이 아니라 북한 비판의 ‘수단’으로 삼는 것 같더라고요. 진정성이 없어 보였어요.”
진보진영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최모씨는 또 다른 경험을 했다. 옛 민주노동당 등 진보계열 정당·노동조합에서 두루 국제교류를 담당해왔던 그는 북한 얘기가 나올 때면 유럽의 진보학자·운동가들이 보인 반응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들은 북한 인권 실상에 대해 저희에게 많이 물어보곤 하는데, 저희가 정보가 별로 없으니까 놀라더라고요. 왜 관심이 없느냐, 정보를 열심히 찾으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는 표정들이었죠.”
북한 인권에 대한 남측 반응은 둘로 갈려 있다. 보수진영은 북한 인권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진보진영은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보수단체 회원이 지난 22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차량 위에 올라가 대북전단을 뿌리고 있다(왼쪽 사진). 진보 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보수는 정쟁 수단으로 삼고
진보는 무관심·침묵 일관
▲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는
한반도 평화·통일과 연결해 생각해야 할 문제
북한 인권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은 왜 필요한가. 두 사람의 이야기가 그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보수와 진보는 북한 인권에 관한 한 자신이 만든 이념의 굴레를 벗지 못하는, 이란성 쌍둥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보수진영은 북한 인권문제를 종북딱지 붙이기, 대북 강경책 합리화, 남한 체제 우월성 과시, 진보진영 공세 수단으로 삼아온 반면, 진보진영은 북한 인권 자체에 대체로 침묵했다. 그 틈바구니에서 시민 다수는 북한 인권문제의 해법을 차분하게 따져보고 싶어도 이념갈등의 벽에 막혀 북한 인권 이슈 자체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가 ‘남남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 현상의 시작점은 명확지 않다. 다만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은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 정권 시기부터 이야기를 가른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기치로 적극적인 대북 지원, 교류정책을 폈고 국내외에서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즈음 북한에선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며 엄청난 규모의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먹을 권리의 상실 등 북한 주민들의 인권 침해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보세력은 침묵했다.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 “내정간섭이다” “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개입 수단이 없다”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인권문제 제기가 오히려 북 정권을 자극해 인권에 악영향을 준다” 등의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진보진영이 보편적 가치인 인권 상황에 무관심하다는 대중의 시선은 피하기 어려웠다.
보수는 반대였다. 북한 인권문제 제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뒤 보수의 위기감 속에 등장한 ‘뉴라이트’가 북한 인권 이슈를 대중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들은 기존의 반공·극우 보수와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서 이승만·박정희 시대에 관한 이른바 ‘역사 바로 세우기’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함께 ‘북한 인권 개선’을 들고나왔다. 1990년대 말부터 북한 상황을 주목해 ‘북한 민주화운동’에 매진해왔던 전향 386 운동권들이 이들 뉴라이트에 함께 엮였다. 북한 인권이 본격적으로 보수의 가치 연결망 속에 놓이게 된 것이다. 미국 국립민주주의기금(NED)이 한국 내 북한 인권 단체들에 지원되면서 북한 인권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단체들도 늘어났다.
그러나 보수 일부는 북한 인권을 색깔론과 정치공세에 활용해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보수세력은 “북한 인권에 관심 없는 세력”을 “친북좌파, 종북세력”으로 낙인찍었고, 남북 화해협력 정책을 깎아내리고 대북 강경책, 반북 이념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북한 인권을 활용하기도 했다. 결국 남한 사회는 북한 인권문제를 남남갈등의 한가운데 놓음으로써, 소모전만 벌여왔다. 그러는 동안 실질적인 인권 개선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처럼 기왕의 북한 인권문제 제기는 명백히 실패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북한 인권문제는 이데올로기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임을 환기해야 한다. 특히 진보는 인권이 보편적인 가치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북한 당국에 의한 인권 유린을 인정하면서도 그 실상을 적극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북한 인권 활동을 하고 있는 탈북자 지모씨(30)는 “탈북자들을 통해서 북한 주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접근하는 진보단체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보수 역시 인권 탄압국가의 속성상 바깥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비난만 해서는 실질적 개선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폐쇄된 체제가 외부압력만으로 인권을 회복한 사례는 없다. 보수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로 가까운 시일 내에 북한 정권이 외부압력으로 붕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같이 인권 개선의 방법론으로 붕괴를 택할 경우 붕괴 전까지의 인권에 대해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설사 북 정권이 붕괴하더라도 사회가 대혼란에 빠져 인권을 운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결국 북한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지금 또는 가까운 미래에 조금씩 더 개선된 인권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또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북한 주민과 남한 주민이 함께 누려야 할 ‘평화’에 대한 권리가 침해돼서도 안된다”(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북한 인권문제는 ‘한반도의 미래’라는 큰 주제와 함께 놓고 봐야 하는 의제다.
북한 인권문제는, 그와 동시에 섬세하게 접근해야 할 주제이기도 하다. 북한 주민들이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면 어떻게 도울 것인가. 쌀을 줄 경우 군량미, 수도미 등으로 전용되지 않게 하려면 어떤 모니터링 제도가 필요한가. 북한 정권이 조금이라도 더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 남한에서 취할 수 있는 ‘외교’적 자세는 어떤 것들일까. 정부와 민간단체, 보수와 진보진영 각각은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 수 있을까.
경향신문 취재팀은 이미 진보·보수 양측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들에게서 공감지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보수계열에서 “보수도 식량지원에 전향적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정부와 민간단체가 역할을 나눠 민간에서는 인권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진보계열에서 나오기도 했다.
보수가, 진보가 각자의 굴레를 벗어나 함께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면, 더 이상의 소모적인 남남갈등을 멈추고 세밀화부터 거친 스케치까지 해결책을 함께 그려나갈 수 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면 소소한 도움이나마 주고 싶은데, 그런 북한 인권 단체 어디 없나요.”
북한 인권문제를 알리는 토크 콘서트를 준비하던 자영업자 장모씨(33)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북한 얘기를 나누다 익명의 누리꾼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자신의 작은 관심과 도움이 실제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이것이 북한 인권문제를 보는 보통 사람들의 바람이다. 그리고 북한 인권문제를 이념의 문제, 남남갈등의 문제에서 인권문제로 돌려놔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특별취재팀 전병역·손제민(정치부), 송윤경(사회부), 심혜리(국제부) 기자 ■ 도움말 주신 분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수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 김영일 성공적인통일을만들어가는사람들 대표, 김영자 북한인권시민연합 사무국장,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김태진 북한정치범수용소해체본부 대표,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문정인 연세대 교수, 박선영 전 선진통일당 의원, 박석진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박요셉 움직이는학교 전략기획팀장,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오가와 하루히사 도쿄대 명예교수,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윤지현 서울대 교수, 윤현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 이대훈 성공회대 교수, 이명준 <그들은 어떻게 주사파가 되었는가> 저자,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 프레스 공동대표, 이진수 아시아프레스 기자,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조백기 전 천주교인권위원회 북한인권담당,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지성호 탈북대학생모임 ‘나우’ 회장, 최성철 한양대 명예교수, 하태경 새누리당 국회의원,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 홍진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전 시대정신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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