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북한에 억류된 케네스 배(44·한국명 배준호) 씨가 노동교화 15년 형을 선고받았다고 AFP통신이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최고재판소가 배씨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북한정부 전복을 기도한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미국 시민권자인 배씨는 지난해 11월 중국 국경 인근의 나선 경제특구에서 관광객들을 인솔하던 중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북한 당국은 배씨가 저질렀다는 정부 전복 혐의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조선중앙통신은 배씨가 지난 29일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고만 보도했다.

미국은 북한이 ‘인도적 차원’에서 배씨를 석방해줄 것을 촉구했다.

페트릭 벤트렐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미국 시민의 안녕은 미 국무부의 최우선 관심사안이다"고 말했다.

미국 관리들은 배 씨가 합법적으로 비자를 발급받아 방북했으며 자신이 북한 당국에 의해 '정치적 흥정 대상'으로 이용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2월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래 미국과 북한 양국의 관계는 계속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태다.

빌 리처드슨 전 뉴 멕시코 주지사는 지난 1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함께 배씨를 구명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으나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북한 당국은 리처드슨 전 주지사가 배씨를 접견하는 것조차 막았다.

북한은 최근 수년 동안 미국인 몇 명을 억류했다.

로버트 킹 북한 인권특사는 지난 2011년 에디 전(한국명 전용수) 씨를 석방시켰다. 당시 캘리포니아 주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던 전씨는 선교활동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가 억류됐다.

또 2010년에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협상을 벌여 중국에서 북한으로 불법 월경한 혐의로 강제노동 8년형을 선고받은 아이잘론 말리 곰즈를 석방시키고 함께 귀국하기도 했다.

또한 그보다 1년 전인 2009년에는 빌 클린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TV 방송국 여기자인 중국계 로라 링과 한국계 유나 리를 석방시켰다. 이들은 당시 중국에서 북한으로 월경하여 북한 지역을 돌아다니다 체포돼 수감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배 씨를 미국 정부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는 카드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있다.

북한대학원 대학교의 양무진 교수는 "북한은 배 씨를 미국과의 협상에서 흥정을 벌일 카드로 이용할 게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미국과 북한은 외교적,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배씨를 석방시키기 위해 정책 기조에 큰 변화를 줄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